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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노트

2024년 10월 1일 화요일 | 무엇이든 정리하는 삶

by 바우랑햄 2024. 10.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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셔츠 세탁으로 시작한 옷정리를 4일 동안 했다. 세탁기도 여러번 돌리고, 손빨래도 많이 했다. 옷이 이렇게 많았다는 걸 깨달았다. 셔츠만 거의 50장이다. 많지 않은 품목이 없다. 셔츠도 많고, 니트도 많고, 아우터도 많고, 코트도 많고, 티셔츠도 많고, 운동복도 많고, 홈웨어조차 많다. 저 좁은 공간에 다 들어있는게 신기할 정도다. 하의는 적은편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바지도 치마도 많다. 원피스도 많다. 다 많다. 다만 하의는 내가 살이 쪄서 입지 못할뿐이다. 원하는 핏이 나오지 않을 뿐이다. 정리하면서 먼지나 빛에 변색된 옷도 골라냈다. 흰색 옷이다. 우선은 막일(?) 할 때 입으려고 세탁은 해 두었는데 입을 일이 있을까. 변색되었다고 생각한 니트가 있어서 몇 년동안 입지 않았는데, 목 주위에 장식으로 달려있던 리본을 떼어내니 심플한 흰색 니트가 되었다. 하나 건졌네. 작아서 못입지만. 외출할때 입기에 적당한 옷은 서랍,행거,옷장에 넣어두고, 잘때나 운동하면서 땀낼때 같이 한번 입고 바로 세탁기에 넣어야 하는 티셔츠류는 손에 잘 잡히도록 서랍 밖으로 빼두었다. 구멍난 티셔츠는 도대체 얼마나 구멍이 커져야 버릴껀지. 전체적으로 정리를 하고 나니 옷을 사고 싶은 마음이 조금은 사라졌다. 옷을 보면서 비싸게 주고 산 옷도 안 입고, 비슷한 디자인의 옷은 왜 이렇게 많으며, 거의 같은 색깔과 디자인의 옷도 있다. 내가 가진 옷 파악은 안 하고 취향에 따라 계속 사는거지. 

그런데 20년이 넘은 옷들을 보니 미니미한 사이즈들이다. 그렇게 작아보인다. 분명히 그때 당시에는 넉넉하거나 딱맞게 입고 다녔었는데, 지금 보니 엄청 작다. 유행도 변하고, 취향도 변하고, 내 몸도 변했다. 세상이 이렇게 변하는데 굳이 비싼 옷을 살 필요가 있을까. 비싼 옷도 유행지나서 못입는게 아깝다. 명품이라 불리는 비싼 가방도 유행을 타서 싫어졌고, 신발은 무난하고 편안한게 최고고, 옷마저도 못입게 변한다. 옷, 신발, 가방에 큰돈을 쓰기가 싫어지고 있다. 현재 가진 물건들이나 잘 활용하자.

그럼에도 예뻐지고 싶은 욕구는 점점 커지고 있다. 예뻐지려면 살부터 빼야지. 예뻐지기=날씬해지기=몸무게줄이기=먹는양줄이기=식후걷기. 그래도 몸무게를 줄이려면 먹는 양을 조절해야 한다. 이것만 해도 되지만 건강을 생각해서 걷는거지. 어제 오랜만에 피자를 시켜먹었다. 오븐스파게티에 라지피자 3조각과 콜라까지 먹는 걸 보면서 내가 많이 먹기는 하는구나, 다시금 깨달았다. 이렇게 먹는건 한두달에 한번이지만 그래도 내가 일반적인 경우보다는 많이 먹기는 한다. 먹는 양을 어떻게 줄일 수 있을까. 음료수에 대한 집착은 없으니 마시는 건 물, 아메리카노, 보리차로 타협할 수 있다. 우리 집밥은 건강하지 않다. 그래서 밖의 음식이 위생이나 음식양이나 영양소면에서 더 나을 것 같다. 밖에서 사 먹을 수 있는 건, 햄버거(콜라나 감자튀김 없이), 서브웨이, 한솥 정도. 배달음식의 문제점은 양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나의 문제점은 이걸 다 먹으려고 한다는 것이다. 굳이 사러 나가야 하고, 그것도 한끼의 양만 사야한다. 외출이 귀찮아서 두끼의 양을 사오면 그것을 한끼에 다 먹는다. 눈 앞에 있으면 먹으려고 한다. 그리고 허기를 버티다가 먹으면 더 많이 먹는다.(쇼핑도 비슷하더라. 안하다가 하면 더 많이 사게 된다.) 이런 귀찮음을 잘 극복해야 한다. 

올해는 운동도 하고 힘든 일도 겪으면서 73에서 63까지 감량했다. 다시 65가 되기는 했지만 여기서 55까지 다시 도전한다. 내가 할 운동은 걷기만이다. 그 외에는 식단으로 할꺼다. 회사가는 날은 조절하기 쉽다. 쉬는 날이 문제일뿐. 정말 먹고 누워만 있기때문에. 많이 먹기도 하잖아. 쉬는 날 살이 찌더라. 12월까지 10킬로 감량 목표를 잡았다. 그 정도는 줄어야 가진 옷들을 입을 수 있다. 거진 20년동안 매년의 목표이구나. 올해로 끝내고 싶네.

해리포터 시리즈는 몰아봤다. 재미있다. 좀 여유를 가지고 보게 된다. 그렇지만 시리우스, 덤블도어가 죽는 걸 알기때문에 그 장면이 보기는 싫다. 보는 걸 거부하게 된다. 넷플릭스는 지겹고, 왓차에는 볼게 없고, 웨이브 구독했더니 신선하다. 

내가 손댔던 공부들이 영어, 프랑스어, 일본어, 중국어, 한자능력시험, 제과제빵기능사. 집에 관련 책들이 한가득인데, 치우지 못하고 있다. 이 책들만 거둬내도 방이 많이 빌텐데. 지금 외국어공부를 해서 자격증 공부를 해서 쓸데가 없다는 게 의욕이 생기지 않는 가장 큰 이유겠지. 한자시험봐서 뭐하며 제과제빵기능사 자격증따서 뭐하냐. 빵을 좋아하는 것도 아닌데. 그렇게 되면 할만한게 없기는 하다. 부동산, 주식, 코인같은 재테크, N잡. 이런게 현실적이기는 하다. 굳이 뭘 해야 하나 싶기도 하다. 그저 회사다니고 집에 오면 유튜브나 영상보면서 쉬다가 잠들면서 살아도 된다. 이런 삶도 괜찮다고 생각하는데, 나는 좀 무기력하게 느껴질뿐이다. 저런 삶이 한심한 것은 아닌데, 나랑 안 맞는다. 그런데 나랑 맞는 무언가도 없다. 운동도 다양하게 몇년씩 해보기도 했는데, 내꺼다 싶은 운동은 없었고, 공부도 대학원까지 다녔지만 공부에 재능은 없더라. 손재주도 없다. 글쓰기도 못한다. 그나마 좋아하는거라곤 내 물건 정리하는거-이것도 아이디어 뿜뿜하게 하는 것도 아니다. 잘하는 것도 재능도 없다. 그저 고만고만하게 하고 있을뿐이다. 그래서 이것은 내 분야다 싶은게 없다. 이것저것 손은 대보는데 내꺼는 아니라는 결론만 얻었구나. 

40년이 넘는 인생을 살다보니 내 인생의 패턴이 보인다. 주기, 굴곡, 흐름이 좀 보인다. 내가 어느 구간에서 버텨야 하는지, 어디에는 빠지면 안되는지. 이제서야 조금 보인다. 인간관계도 그러하고 어떤 성취도 그러하다. 그래서 서글프기도 하다. 이제는 결말을 알겠어서. 뻔한 인생이 될 것 같은데, 안전하기도 할 것 같다. 변화를 선택했는데 결말이 좋지 못하면 너무 힘들 것 같다. 나중에 내 인생은 어떨까. 분명히 내 선택의 점들로 이루어질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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